통장은 비었는데 국세청은 왜 나를 부자로 볼까 — 근로장려금 재산 기준의 함정
근로장려금 신청 철이 되면 꼭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통장에 돈 한 푼 없는데, 왜 재산이 많다고 탈락됐다는 건가요?" 소득 요건은 통과했는데 유독 재산에서 걸리는 경우인데, 원인을 따라가 보면 대부분 한 곳에서 만납니다. 바로 대출입니다.
핵심부터 짚겠습니다 — 대출은 재산에서 빼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3억짜리 전세에 살지만 그중 2억이 전세자금대출이니, 내 실제 재산은 1억 아니냐"고요. 상식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근로장려금 판정에서는 그렇게 계산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국세청은 재산을 3억 원 전체로 봅니다. 전세자금대출이든 주택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부채는 단 1원도 차감되지 않습니다.
이건 담당자 재량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것입니다
부채를 빼주지 않는 것은 세무서 담당자가 임의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법령 구조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근로장려금의 재산 요건은 조세특례제한법 제100조의3 제1항 제4호에서 "가구원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건물·자동차·예금 등 재산의 합계액이 2억 4천만 원 미만일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 재산의 범위와 평가 방법은 같은 법 시행령 제100조의4에 열거되어 있는데, 여기서 재산을 '합계액', 곧 총액으로 규정할 뿐 부채를 뺀 순자산으로 보지 않습니다. 대출이 재산 평가에서 공제되지 않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왜 이렇게 야박하게 만들었을까
억울하게 느껴지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제도의 취지를 보면 이유가 있습니다. 근로장려금은 순자산이 아니라 그 가구가 굴리고 있는 자산의 규모를 기준으로 봅니다. 빚을 내서라도 3억짜리 자산을 보유하고 운용할 여력이 있는 가구라면, 정말 지원이 절실한 가구보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대신 국가도 이 기준이 가혹하다는 점을 감안해, 부채를 빼주지 않는 대신 재산 기준선 자체를 계속 올려왔습니다. 한때 1억 4천만 원이던 기준이 2억 원을 거쳐 2022년부터 2억 4천만 원까지 완화됐습니다. '부채는 인정하지 않되 문턱은 높인다'는 것이 이 제도의 절충인 셈입니다.
2.4억을 넘기지 않았다고 안심하긴 이릅니다 — 1.7억의 벽
재산이 2억 4천만 원 미만이라고 해서 전액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아래에 1억 7천만 원이라는 또 하나의 선이 있습니다. 재산이 1억 7천만 원 미만이면 산정된 장려금을 100% 받지만, 1억 7천만 원 이상 2억 4천만 원 미만이면 절반만 지급됩니다. 이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별표 11(근로장려금 산정표) 비고 제2호에서 "재산의 합계액이 1억 7천만 원 이상인 경우의 근로장려금은 산정액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한 규정입니다. 원래 200만 원을 받을 분이라면 100만 원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실무 포인트 하나 — 전세금은 계약서로 소명하시기 바랍니다
전세로 거주하는 분이라면 챙길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세청은 전세보증금을 평가할 때, 임차한 집의 기준시가로 산정한 금액의 60% 이내에서 국세청장이 고시하는 금액을 기본으로 적용합니다. 그런데 실제 계약서상 전세보증금이 이 금액보다 낮다면, 임대차계약서 사본을 제출해 실제 전세금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시행령 제100조의4 제8항). 둘 중 낮은 금액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 서류 한 장으로 재산 평가액이 1억 7천만 원 아래로 내려가면 절반 감액을 피하고 전액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무 포인트 둘 — 6월 1일 직전에 예금을 빼도 소용없습니다
간혹 재산 기준일인 6월 1일에 맞춰 통장 잔액을 잠깐 빼두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시는데, 그렇게는 되지 않습니다. 보통예금·저축예금 같은 요구불예금은 6월 1일 하루의 잔액이 아니라, 그해 3월 2일부터 6월 1일까지의 일평균잔액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시행령 제100조의4 제8항 제3호). 기준일 하루만 잔액을 조정하는 방식은 애초에 막혀 있는 구조입니다.
신청 자체를 놓쳤다면 — 기한 후 신청은 되지만 5%가 깎입니다
재산과 소득 요건을 모두 갖췄더라도 신청을 하지 않으면 한 푼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근로장려금 정기 신청 기간은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과 같은 5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입니다. 이 기간을 놓쳤더라도 방법은 있습니다. 종합소득세 기한후신고와 함께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는 겁니다. 신청 기간 종료일 다음 날부터 6개월 이내, 즉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기한 후 신청이 가능합니다(조세특례제한법 제100조의6 제8항). 다만 이때는 원래 산정된 장려금의 95%만 지급되어 5%가 깎입니다(같은 법 제100조의7 제2항). 요건을 아무리 잘 갖춰도 신청 시기를 놓치면 그만큼 손해이니, 되도록 5월 안에 신청하시는 것이 가장 유리합니다.
정리하며
근로장려금 재산 기준은 부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분명 야박한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재산 판정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본인 가구의 재산 목록을 점검하고 전세금 소명 같은 방법을 미리 준비한다면, 놓칠 뻔한 권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신청 버튼을 누르기 전에, 우리 가구의 재산이 어떻게 계산되는지부터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2026년 신청분(2025년 귀속)을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사안은 국세청 또는 세무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근거: 조세특례제한법 제100조의3·제100조의6·제100조의7, 같은 법 시행령 제100조의4, 별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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